목련의 꽃눈 잎새 한장 달지 않은 텅 빈 목련 나뭇가지 끝에 보송보송 털장갑이 끼워져 있다. 며칠동안 살을 에이는 바람에 저도 추웠나 보다. 하늘끝에서 내리는 따스한 해의 실빛으로 한올 한올 뜨개질해서 나무가지 끝마다 보드라운 털장갑을 끼고 겨울 채비 다했다고 바람결에 끄덕끄덕 고개 흔든다. 나만의 시 2007.11.29
저녁놀 아파트 사이로 해가 떨어진 산이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른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을 저편 너머에서 누군가가 하고 있나보다. 저토록 간절했던 그리움을 저편 너머에서 누군가가 하고 있나보다. 노을빛이 그 사랑으로 붉게 타 오른다. 노을빛이 그 그리움으로 붉게 타 오른다. 인생에서 한 번 정도는 불.. 나만의 시 2007.11.27
논두렁 논두렁에는 아버지의 진한 땀 냄새가 배여 있다. 내가 키작은 아이였을 때 소를 앞 세우고 쟁기질 하시느라 ~~이랴 이랴~~ 쩌렁 쩌렁한 소리가 동네를 울릴 정도로 큰 소리치셨지만 정작 당신은 소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니셨다. 날마다 논에서 괭이와 삽으로 논두렁을 다듬으시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마.. 나만의 시 2007.11.21
낮달 하늘 한가운데 하얀 낮달은 해에게 빛을 다 건네주고 풀이 죽은 체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싶어 가만가만 숨죽이며 해 근처에 살짝 반달 머리핀을 꽂았다. 나만의 시 2007.11.21
갈대 벼들이 다 떠난 들녘위에는 잘려진 벼 밑둥만이 남았습니다. 들녘마다 텅 빈 자리 잠시 쉬어갈 곳 찾던 나그네 바람은 초겨울 추위를 이겨 내려고 갈대 숲 뽀오얀 털들에게 손을 비벼댑니다. 바람이 비며대면 간지럼을 탑니다. 온통 갈대들이 바람결에 자지러지듯 웃어댑니다. 갈대가 웃어대는 소리가.. 나만의 시 2007.11.19
아기청개구리 비가 뚝뚝 떨어지는 날 손톱만한 아기 청개구리 지나가던 길 멈추고 유리 창문에 붙어 토실토실 우리 아기와 술래잡기한다. 우리 아기 뽀오얀 손 한 뼘 뻗으면 아기 청개구리 엉금엉금 한 뼘 달아나고 우리 아기 톡톡톡 창문 두드리면 아기 청개구리 살금살금 발 옮기고 우리 아기 방실 방실 웃어대면.. 나만의 시 2007.11.10
뒷모습 나와 수다 늘어 논다고 할 말 다하는 것 아니지? 혼자 울기 싫어서 그 울음 반절로 나누고 싶어서 웃고 싶어서 그 웃음 배로 웃고 싶어서 너의 마음속 고민들 탈탈 털어 내어 반절로 남기고 싶어서... 저녁 노을 사이로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 곁에 여전히 외로운 그림자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나만의 시 2007.11.10
오늘 단 하루만.... 오늘 하루 단 하루만이라도 나무가 하늘이 되도록 허락해 주세요. 온세상 나무 잎새들이 눈처럼 내려 준다면 바람속에서 나부끼는 잎새들의 군무속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 두 손 꼭 쥐고 빛나는 약속을 하고 싶습니다. 맑고 투명한 허울을 쓰고 손끝에서 녹아버리는 하얀 눈들의 차가운 입맞춤보다 풀.. 나만의 시 2007.11.09
술 뜨거운 햇빛이 흘리는 땀조차 바싹바싹 태우는날 아버지와 논에서 피사리하는데 갈증이 나시나보다. “막걸리 한되 받아오너라” 영진아저씨 술독에서 휘휘 저은 뿌우연 막걸리 넘실넘실 주전자에 담고 오다 오는 길 더 갈증이 나서 한 모금 꼴짝 두 모금 꼴짝 입안에서 저절로 녹아 버리는 술 아버.. 나만의 시 2007.11.07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고 딸아이와의 한 바탕 감정싸움을 하고 마음이 울적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친구가 그렇게 좋다고... 딸아이도 자기 자신을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할지 모른다. 저녁식사를 대충해 놓고 화장품을 사러 전주역으로 갈 차비를 했다. 남편에게 차를 달라고 했다가 버스를 타고 가기로 .. 나만의 시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