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

논두렁

향기나는 삶 2007. 11. 21. 08:01
논두렁에는
아버지의 진한 땀 냄새가 배여 있다.
내가 키작은 아이였을 때
소를 앞 세우고 쟁기질 하시느라
~~이랴 이랴~~
쩌렁 쩌렁한 소리가 동네를 울릴 정도로
큰 소리치셨지만
정작 당신은
소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니셨다.
날마다 논에서
괭이와 삽으로
논두렁을 다듬으시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마음은 논을 향해 계셨다.
아버지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어느새 논두렁이 아니고 길이 되어버렸었다.
논에 그 삶이 배여 있어서
어쩌다 시골에 가다가
논 옆을 지나가면 아버지의 향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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