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골에 가면
독기 찬 시선으로 옴팡집을 샅샅이 훑었다.
반 지하에 술집
파리가 들끓는 막걸리집
양은 주전자가 탁자위에서 춤을 추었다
둥당둥당 젓가락 장단에 맞춰서
파리도 같이 훨훨 춤을 추었다.
엉성하게 그린 검은 눈썹라인
쥐 잡아먹은 듯 빨간 립스틱
하얗게 덕지덕지 분칠해서 분냄새가 진동하였다.
키도 작았다. 얼굴도 그리 예쁘지도 않은 여자
치마 두르고 남정네에게 웃음을 파는 작부
찌든 농사일 끝나고
으례껏 출근하는 한 낯익은 남자가 있었다
별볼일 없는 그 여자가
뭐가 그리 좋은지 담배꽁초에 그을린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집에서는 그 웃음을 본적이 없었다
순간 질투의 화신이
심장을 뚫었다.
미움과 분노가
가슴에서 펄펄 끓었다.
난 한여자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내 안에도 한 여자가 있었다.
한 여자를 대신해서
머리채라도 잡고 한바탕 난동을 부려야하는데....
당장 들어가 낯익은 남자를 데리고 가야하는데....
발이 땅바닥에서 얼었다.
이미 남자의 마음을 가진 승리자 앞에서
패배를 인정해야했다.
분노의 가슴을 억눌러야했다.
옴팡집을 작부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했다.
옴팡집 여자의 술주전자가
웃음소리와 함께 춤을 추었다.
옴팡집 여자의 웃음소리가
귀전에서 질펀하게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