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기

일박이일

향기나는 삶 2011. 8. 12. 08:54

아버님 돌아가시고 외로워하시는 시어머니를 위해 시댁에서

 

하루만 묵는다는 것이 3일이 되었다.

 

휴가내내 시댁에서 고추따고 채점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가슴속의 절박한 외로움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당신의 외로움이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내 외로움은 벼랑끝에 와있어

 

나와 살면서 외로워 보일때마다 너 정말 외로워보인다 그러면서 등을 다독여주면

 

나는 그것으로 그 외로움은 잊을게"

 

서산에서 일을 하고있는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남편은 금요일 날 서산에서 일을 접고 내게로 달려왔다.

 

술만 마시면 토하는 나였지만 술고래인 남편을 위해 기꺼이 소맥이라는 폭탄주까지 마셨다.

 

어쩌면 내가 받은 상처를 술로 달래보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술로 위로 받고 심정은 아니었을까!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서 아이들 키우고 일만하면서 앞만 질주해온 나..

 

난 왜렇게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을까!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물질의 노예가 되었던 것은 아닌가!

 

바보처럼 살아온 내 자신에 대한 회의에 빠져 자꾸 수렁속으로 빨려가는 듯 했다.

 

그때서야 술은 즐거워도 먹지만 괴로워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내가 남편에게 보여진 것은 삶에 지친 푸념들이 많았기에

 

내가 이세상을 떠나면 과연 여자로서의 임경자가 남편의 추억 한켠에

 

별볼일 없는 여자로 남는 것이 싫어서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바닷가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인생을 이야기하던

 

아름다운 추억 한 장 가져가는 것을 꿈꾸었는데 남편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날 토요일 ..

 

어머니와 연정이에게 허락을 받고  군산으로 해서 새만금간척지가 완공된

 

도로를 따라 부안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부안 곰소에서  남편과 회를 먹으며 쌓였던 모든 것을 풀어냈다.

 

전날  마신 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아 속이 미식거리면서도

 

남편이 권하는 소주를 물과 함께 마시면서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다

 

살면서  술만 마시는 남편이 싫어서 술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엄마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내 자식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면이 더 강했던 나 ..

 

지금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 술을 마셨다

 

오늘은 내 이야기를 하러온 것이 아니라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기때문에

 

남편이야기에 귀를 더욱 기울였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것들이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고 ....

 

 내가 헛튼짓 안했다고 하는데 20년 가까이 산 내말을 듣지 않고

 

남의 말을 듣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오히려 나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남자가 아닌지 의심했다고...

 

정말 바람피울 거면 자기가 잘나갔을때 피우지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데 바람피웠겠냐고...

 

나에게 어떤 여자들과 모임이 없다고 하면서  모임을 가진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단순히사회복지사 모임이었지 다른 것은 없었다고...

 

사업실패하고 힘들어서 죽어버릴까 몇번을 생각하고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함부로 말하는 나로 인해 가슴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남았다고...

 

3시간 넘게 이야기에 취하고 술에 취했다

 

밖에서 갈매기들이 꺼억꺼억 울어대고 짠 바닷바람이 연신 내 코끝에서 넘실거렸다.

 

다음날 아침  수산시장에 들러 갈치와 멸치를 샀다.

 

어제는 남편이 오늘은 내가 운전하면서 이야기를 엮어갔다

 

남편도 블로그를 하는동안 내가 많이 흔들린 것으로 오인을 한 모양이었다.

 

남편에게

 

"블로그의 비밀번호는 연정이가 다 알고 있으니까

 

연정이에게 열어달라고 해서 꼭 읽어봐

 

그 곳은 유일하게 내 마음을 달래는 공간이었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있을 거야.. 바람처럼 흔들리게 보이고 당신 눈에 푼수처럼 보였겠지만

 

내 심지만큼은 굳고 지조있는 아내였으니까....

 

재산은 공동명의로 하되 단서는 붙였으면 좋겠어. 서로 땀흘리며 모은 재산인만큼

 

바람피운 사람에게는 재산 한푼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겠어

 

서로를 배신한 사람은 우리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묻은 신성한 재산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

 

마땅한 일이고 그냥 떠나는 것으로... 내가 옆도 안보고 앞만 달려오며 찢어진 속옷을 입으며

 

얼마나 억척스럽게 살았는지 당신도 알잖아 .

 

내가 당신으로 가슴앓이를 할 때 바람피우는 여자는 뭐라고 했는지 알아?

 

왜이렇게 남편에게 집착하냐고 .. 몸매되고  얼굴되지 경제력되니까 내가 교수 소개시켜줄테니

 

친구만들어서 사귀라고 그러더라 ...생각의 차이가 그렇게 나는거야.

 

내 혈액형은 ab형이라 누군가에 사랑에 빠지면 둘중에 하나는 파괴가 됩니다.

 

지금은 a라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b라는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에 빠져서 두가정이 파탄나니까

 

처음부터 소개받지 않겠다고 거절했어.

 

바람피우는 여자는 속옷부터 달라져...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것이고

 

독서를 통해 정신 수양을 하면서 내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거야"

 

남편에게 긴장하라는 뜻으로 한마디 던졌다

 

"난 절대로 찢어진 속옷을 입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멋지고 화려한 속옷을 사서입을거야"

 

남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했던 것 같다.

 

남편은 종종 이런 둘만의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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