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기

아버지 위독

향기나는 삶 2013. 4. 15. 12:04

 

지난 번 아버지 병간호를 하면서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놓았다.


토요일 초등모임에 앉지마자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열린병원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더니 아버지의 맥박이 고르지 못하고 힘들어 하셨다.


돌아가시는 모습이 기억된다는 고모와 어머니는

한복을 입혀놓고 답답하게 지켜 보고 계셨다.

 

난 아버지 옷을 벗겨 놓고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앙상한 뼈마디만 남은 아버지의 모습은 차마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 먹고 살기 바빠서 자주 오지 못해서 죄송해요. ~~

 

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그렇게 미워한 아버지인가 싶을정도로 온 몸이 작고 왜소했다.

 

기세등등하고 자기 성질 다부리며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인가 싶기도 하고~~

심장박동이 50으로 떨어지고 생사를 오고 가고 계셨다.


~아버지 ,어머니 걱정마셔요.~혹여 아버지가 어머니 걱정할까봐 미리 안심을 시켜 드렸다

기저귀를 갈아 드리고 온몸의 땀을 닦아내자 점차 심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손을 꼭 붙잡고 손등을 꼭꼭 누르고 온몸을 주물러 주자 2시간만에 제대로 기능들이 움직였다.

산소 호흡기만 빼면 돌아가실 것이다.


나와 동생이 하도 안오자 딸이 보고 싶어서 온몸이 죽을때까지 아파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난번 하루 종일 병간호 해주었을 때 어머니에게 그렇게 좋다고 하시며 자랑을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니~


지난번에도 위독해서 갔고 이번에도 위독해서 갔고~~


나는 아버지가 움직이려고만 하면 무엇을 해 드릴까 신경을 쓰고 같이 밥 먹자고 하니 그게 좋으셨나보다. 

난 지난번에 밥으로 나오는 죽이 먹기 싫어서 안먹으려고했다.


그런데 내가 안먹는 것을  서운해 하셔서 억지로 아버지와 꾸역꾸역 밥을 

나누어 먹었더니 좋아라 하셨다.


아버지는 나를 엄청 예뻐하셨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어디가서든지 활발하고 ~~

나는 어렸을 적부터 백여시 천여시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버지,할아버지에게 애교도 잘 부리고

활발한 성격을 지닌  나를  항상 데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셨다.


내가 우리가족 중에서 어머니 아버지의 예쁜 곳만 빼다 박았다고 남편이 돌아오면서 말했다.


아버지의 속눈썹이 많은 것을 빼다 박아서 아이라인 그릴 필요가 없고 

지금껏 중년의 나이에 머리 염색 안하고 까만 머리를 가진 것도 부모님 덕분이다.


82의 연세에도 머리가 저토록 검은 색을 지니고 계시니 나는 아버지를 미워할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감사하면 살아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일요일날에 가보니 아버지는 눈을뜨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내가 조잘 거리는 소리를 듣고 계셨다.

아버지 보고 

~~아버지 가실때에는  어머니에게 꼭 한 말씀하고 가세요. 

나와 살아준 것 고맙다고요. 아버지 그 성질 다 받아준 것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하고 꼭 말씀하세요.~~


나는 반 강제적으로 압력을 넣었다.

글쎄다..말을 하고 가실지.... 말도 못하시는데.... 

눈으로라도 그 말씀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도 넣었다.


조잘거리며 아버지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온몸을 닦아 주고 

아버지  마지막  인생길에 다시 한 번 시간을 같이 보내 드리는 것이다.

더 내야 하겠지만 정신없이 사는 내 삶~~~~


~~저 11시 넘어서 끝나니까 무슨일 있어도 저보고 가셔야해요.

 아버지 빨리 퇴원하셔서 어머니 심어 놓은 겨울마늘이랑 캐야하니까

빨리 나으세요.. ~~~


아버지는 내가 간다는 말에 눈을 깜박거리고 응답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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