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기

신은 죽었습니다.

향기나는 삶 2011. 10. 25. 07:38

가을비는 그 무게감이 더 깊다

 

비가 내릴때 빗물에 젖은 낙엽까지 동반해 내리는

 

비라서 쓸쓸함도 더 크게 느껴진다.

 

1시간이 비어서 갈곳이 없었던 나는 책을 읽을까 하다가

 

소양 성당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국화꽃들이 비에 젖어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아름다운 성모상 앞에 차를 세웠다

 

성모님앞에 서서

 

'제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제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삶이 재미가 없습니다. 모든 것들이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믿고 있는 저도 이제 당신을

 

떠나려하고 있습니다. 신은 제 마음속에서 죽어갑니다.'

 

이말을 던져놓고

 

성당안으로 들어가 기도를 하고 싶었다

 

월요일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예수님상이 두팔을 벌리고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천주님 당신이 계시는 것 맞습니까? 믿음마저 희미해져갑니다.

 

저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달라지는 것이라고는 당신에 대한

 

믿음뿐입니다. 제가 선택하고 가야할 길을 가르쳐 주십시요

 

당신이 제 마음속에서 죽어갑니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분노가

 

있고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복수심이 있습니다.

 

복수라는 것으로 제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면 당신은 저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 명백한 답을 얻고 싶습니다

 

책을 통해서 답을 얻으리라 믿어보지만 과연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일치하는 것일까요. 저는 신이 아니라 한 인간일 뿐입니다.

 

당신이 제 안에서 죽어가지 않게 잡아주세요'

 

30분동안 성당안에서 신을 거부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승효엄마가 선생님 전화번호 알려줘서 전화했습니다.

 

승효와 같은 학년을 둔 1학년 엄마에요 제 딸아이 테스트를 해주세요

 

예전에 재능을 했었는데 수학이 자꾸 떨어지네요"

 

전화를 받고 나는 깜짝 놀랐다

 

가슴속에서 신이 죽었다고 인정하는 순간에 찾아온 입회전화...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입회소식을 전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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