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학교 교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처음으로 총동창회에 참석, 설레임과 우려가 반반 섞여서 마음은 복잡했다.
30년 가까이 무수한 시간이 흘러갔지! 친구들은 어떤 모습일까!
얼굴에 몇 겹으로 세월의 자국이 낀 중년의 여자를 친구들은 알아볼 수 있을까!
내 사고들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오가면서 발길을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내 키와 맞먹는 작아진 교문과 주변의 나무들이 지난 시간들을 먹은 만큼
성장된 키와 부피로써 제일 먼저 눈길을 끌었다.
시댁을 오가면서 학교 앞을 뻔질나게 지나갔으면서도 외양으로
보여지는 건물만 보고 다녔지 학교 안으로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다.
새롭게 지어진 낯선 건물이 나만을 응시하며 이방인에 대해 경계를 하는 듯했다.
넓은 운동장에는 기대했던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았고,
여자들은 없는 것 같았다.
괜히 왔나 싶었다.
초등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걱정 말고 옛 건물을 향해 위로 쭉 올라가면 여자동창들이 있을 것이니까 가보라고 했다.
‘카페에서 재님이가 온다고 했으니까 그 친구만 만나고 가자’
여기까지 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낭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옛날 3학년 1반 교실 앞에 생머리가 긴 여인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저 친구가 바로 .....’
카페 자료실에서 올려진 동창들의 사진 모습을 단서로 수사관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 머릿속에서선 참석자들의 윤곽들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3학년 4반 이었던 임경자야”
낯선 중년 여자의 방문에 친구들과 나 사이에 냉기 어린 기류가 흘렀고
서먹거림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 친구들 사이에서 이방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서인지 격이 없는 말투가 오고 갔기 때문 이었다.
그들 또한 천천이 나를 훑어 보면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벌써 나부터가 소녀 적의 풋풋함이나 생기 어린 모습이 온데 간데 없는데
친구들이 나를 단번에 알아보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것은 잠시 동안의 침묵이었다.
여자 친구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 주면서 내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오후 늦게까지 초등학교 친구들 몇몇과 카페회원들이 있어서
나는 덜 어색했고 친구들의 축구하는 모습과 배구하는 모습,
노래자랑까지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웃음을 만끽한 것 같다.
친구들의 다양하게 살아온 삶의 모습이 낯빛 속에 나타나 있었다.
불혹의 나이는 자신이 살아온 얼굴 모습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친구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은 중년의 나이를 뛰어 넘는 젊음이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살아온 인생이 어떠한 삶이었는지 난 모른다.
어떤 굴곡으로 인생을 살았는지 미지수이겠지만 모두가 자신들의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