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

기억속의 두루마리

향기나는 삶 2008. 11. 13. 16:00


켜켜이 짓눌렀던 그리움들이

바람의 깜박이는 숨소리에

떨구는 잎새속으로 엉켜지면

가슴 밑바닥

아린 눈물의 조각들은 한 남자를 끄집어 내려고 합니다.

몇 날

아니 몇 수년을 가슴 응어리에 남은 사람입니다.

처음 마주친 순간

온 몸에 뻣뻣한 소름 돋아나는 전율

향긋한 커피향에 젖어 버린 사람

그 앞에는 수많은 언어들은  멎어 버리고 실어증의 환자가 있었을 뿐입니다.

숨겨 온 마음 훌훌 털어내지 못하고

빗장을 잠근 채 서성거리기만

한 바보가

묵묵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은

나만의 작은 비밀입니다.

 

마른 기침을 연신해대는 만추의 햇살은

처벅처벅 걸어가는 여자의 어깨를 꾹꾹 누르며

하얀 햇살을 연신 털어 냅니다.

영겁의 시간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금까지

여전히 혼자 앓은 아픔 털어내려고

그 질긴 그리움을  혼자 털어내려고

소슬바람 부는 갈대숲에 서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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