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내려 앉은
저수지 수면은
새악시 볼그레한 볼처럼
수줍다.
아련한 기억을 더듬으며
둑방길따라
걸어 보면
유년 시절
먼 발치
단발머리 소녀의 뒤를 밟던
순박한 소년의 발자국소리
말 한마디 망설이다
되새김질만 하고
저수지 둑가에 서서
무심한 돌 팔매질하면
커다란 물결은
소년의 애타는 마음마냥
파문지며 흔들렸다.
저녁놀 지는
고향 저수지
그 소년의 잔영이
물결따라 아른아른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