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기

세상 떠난 친구남편

향기나는 삶 2011. 9. 18. 08:02

아침에 전화 한통이 울렸다

 

핸드폰에 쓰여진 이름이 미숙이~~

 

손에 핸드폰을 들어올리면서 불안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미숙아 이른 아침부터 무슨일이야~

 

~~경자야 내  남편 오늘 세상 떠났어~~

 

~~어떻게 하니... 병명은 뭐였는데...~~

 

~~간경화에서 암으로 전이 되서 온몸으로 번졌어. 병원에 계속 있었거든~~

 

~~알았어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갈게 장례식장은 어디야?~~

 

초등학교 총무를 맡고 있어서 나에게 연락한 것 같았다

 

문자 받은 뒤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전체 문자를 돌렸다

 

토요일 수업이 없었는데 하나 둘씩 늘어나 몇집 수업을 했다

 

마음이 이렇게 답답한 것은 왜일까!

 

40대의 젊은 나이에 혼자 어떻게 살까!

 

죽은 사람이 불쌍하지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말은 하지만

 

남은 여생 혼자 살아야하는 쓸쓸함은 어떻게 감내하나!!

 

저녁 7시에 영희를 태우고 중앙시장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찬숙이를 데리고

 

모악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환기와 종섭이 원구 재성이도 장례식장 입구에서 만나 함께 들어갔다

 

미숙이는 찬숙이를 안고 엉엉울었다

 

가슴이 참 쓰라렸다

 

점심밥을 굶고 일을 해서 저녁밥을 맛있게 먹었다

 

'산자는 이렇게 맛있는 것 먹으면서 살 수있는거야. 살아가는 방법은 또 만들어주겠지'

 

문상하러와서 음식을 축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죽은 자의 몫은 산자가 몫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것이라고 위안했다

 

~~며칠전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어서 미숙이를 만났는데 온몸에 암이

 

번져서 링거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통스럽게 하루하루 연명하느니

 

미숙이를 위해서 세상을 빨리가주는게 낫다고 말했어~~

 

환기가 병원에 왔다가 우연하게 만난 미숙이에게 건넨 말이라고 했다

 

~~혼자 어떻게 긴 시간을 보낸다니? 그래서 남편보고 오래살라고 한다~

 

내가 던진말에

 

~~걱정마 남자 친구 만들어서 즐겁게 지내면 되는거지~~

 

이구동성으로 남자동창들은 미숙이의 외로움을 걱정하지 않았다

 

남편과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혼자 살 수없는 나를 알기에

 

외로움때문에 아무나 만나 진흙탕에서 뒹굴바에야

 

옆에 있다는 것으로 남편의 존재가 나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으로 인해 내 가슴속 전쟁 종료의 스위치를 선택해야했다

 

9시 장례식장을 나와 영희를 태워다 주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고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고있지? 집에 가는 중이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

 

때론 나를 의심하고 힘들게 하지만 남편이 내 옆에 있으므로

 

덜 외로워할 수있다는 것을 감사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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