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남편 친구로 부터 산을 샀다.
아버님의 묘자리를 마련하기위해서다.
제사 음식 준비가 얼추 끝내고 남편과 아버님 그리고
나는 산을 보러 가기위해 차에 탔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손 마디를 시리게 만들었다.
30분 정도를 달렸을까!
강진을 지나 칠보댐을 지났다. 산을 구비구비 지나고 임병찬 의병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차가 올라갔다.
산꼭대기에 차는 멈췄다.
임병찬의병 유적지를 개발하려다가 만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잘 정비된 묘자리가 많이 보였다.
며칠전 뿌려놓은 눈이 녹지 않아서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따스한 햇살로 정말 눈이 시리도록 빛났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 밭에 산짐승의 발자국만이 남겨져 있었다.
6000여평이 넘는 산에는 산고사리와 말라빠진 갈대들이 조용한
산기슭에서 바람에 흔들거렸다.
멧돼지가 지나갔을까!
움푹 움푹 패어진 발자국에 금새라도 멧돼지가 돌발적으로 출현할 것 같았다.
아버님은 다리가 편찮으셔서 가다 쉬고, 가다쉬고....
남편은 아버님을 등에 업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젊었을때 사고로 허리를 다치신 이후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쇠약해지신 몸이
남편의 등에 매미처럼 작게 매달려 가는 듯했다.
당신이 가야할 자리를 보러가는 모습도 측은해 보였다.
아버님은 고사리가 자란다고 마다하셨지만 묘자리란 것은 꾸미기
나름인 것 같아서 양지 바른 쪽에 터를 닦아 모실 예정이다.
나는 남편과 아버님보다 앞서 일찍 내려왔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 위에서 어렸을때처럼 꽃 무늬를 찍으면서 기다렸다.
최갑성 임경자를 눈위에 그렸다.
남편이 내려오자 그것을 보라고 손으로 가르켰다.
남편은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이번 봄에 산을 작업할 것이다.
소나무를 베어내고 터를 닦아 묘자리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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