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기

2008년01월06일 다이어리

향기나는 삶 2008. 1. 6. 00:59

 오랫만의 산행

남편과 모악산 등반을  가지 않은지 벌써 2년이 넘은 듯하다.

남편이 산에 가자고 하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었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고, 삶에 대한 의욕이 상실된 후로부터

더욱 산에 대해 기피 증상이 일어났다.  

사는 것이  너무 바쁘고 여유를 갖지 않고 2년동안 쉼없이

 달려와서 일요일 하루만큼은 집안에서 푹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지오 언니들과 기도하기 위해   천호성지를 가서 불타는 마지막 가을산을

보면서 다시 산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던 

그 날 이후 거의 2달여만인 것 같다.

점심밥을 먹고 1시 30분 여분쯤  모악산에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차반 사람반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추운 겨울에 집에 움추리고 있을 것이란 나의 상상을 초월하였다.

어린 꼬마들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나약하게 키우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도 들었다. 

산을 오르던 중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마주쳤다.

그 친구의 이름은 강충남이었다.

가족들과 산행을 하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세월이 흘러간 자리에 아직도 그녀의 예전 모습을 발견할 수있었기때문에

알아낼 수있었다.

반가워서 손을 마주 잡았다.

가는 길이 같았다면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면서 갈 수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서로의 길은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짧은 만남 긴 이별 살다보면 다시 만날날 있겠지'

산 위쪽으로 그녀는 산 아래쪽으로 발을 옮겼다.

멀리서 산을 바라 보았을때는 산 정상에만 눈이 있는 것으로 시야가 확보

되었는데 막상 속으로 들어가 보니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걸어가는 발밑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자주 가던 천일암쪽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오랫만에 왔다는 것을 나의 몸도 아는지 숨이 턱 밑에 까지 차 올랐다.

고요한 산에서 나의 거칠은 숨소리가 메이리가 되어 오는 것 같았다.

예전에 아침에 산행할 때마다 들려오던 천일암의 불경소리가

오늘 오후에는 잔설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지 아무런 소리가 없었다.

단지 산에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만이 우리들과 같이 산을 따라 올라 갔다.

천일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물한잔을 마셨다.

갈증은 나지 않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흐를  땀에 대비해서 물을 비축하기위함이었다.

산에 올라 갈수록 녹지 않은 눈의 두께가 두터워졌다.

다행히 산행길은 사람들의 자취에 의해 녹아서 아이젠을 신고 오르면 미끄러움을 막을수 있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간간히 마주치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다.

명당자리에 섰다.

묘 한기가 구이 저수지를 한눈에 바라 보며  기세등등하게 안주하고 있었다.

'가는 것은 한번 나도 언젠가 이처럼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있겠지'

이 곳을 지날때 마다 모든 욕심으로부터 겸손함을 배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천일암쪽에서 오른 사람들은 없었는데 다른 쪽에서 오른 사람들이 모여서일까!

수십명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잠시동안 숨을 고르고 대원사쪽으로 발길을 돌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눈이 내린길이 사람들의 발에 단단해지고 얼음까지 얼어서 장비를 갖추지

않고 내려온 사람들은 엉덩방아를 찧을만큼 주의를 요했다.

내려 오다가 남편 친구와 마주쳤다

"내려가서 국수한 그릇 먹고 가게요"

"그러지 마시고 삼천동에 가서 막걸리 먹고 가면 좋겠습니다."

산을 같이 내려오면서 갈라진 계획 ....

산은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쳐주는 듯하다.

어떤 계획을 세운다해도 때때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도 갈 수있다는 것 .

내가 남편과 가는 인생에서 어려운 고비도 올수 있었던 것도 .....

계획했던 삶의 방향을 조절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삶을 걸어가고 있고 또 다시  다른 삶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갈지 모르고 절망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것.

이제부터는 자주 산을 올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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