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추억
小望 김준귀
성탄절이면
온 땅에 백설기 같은 눈을
내려주신 것을 생각합니다.
별들이
교회 앞문과 나무에 내려와
오색 빛을 발하고
서투른 피리를 불거나
어린양이 되어 기도드리는 연극도 하며
동방 박사가 몰약과 유황을 안고
별을 보며 떠났을 속으로 나도 다가가고 있었다.
이른 새벽
설 잠에 눈을 비비고는
얼기설기 꿰맨 잠바에 방울 달린 모자,
누이가 짜준 벙어리장갑을 끼고
손전등을 든 마치 집을 나온 아이 같다.
십자가가 걸린
마룻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았다
따뜻한 떡국이 언 몸을 녹여 하품이 나온다.
새벽 노래를 부르기 위한
조를 나누는 시간,
가슴이 졸여온다
짝사랑한 그 애와 함께 가고 싶어서이다
행여 눈길에
넘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손을 내밀어 가늘고 긴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뜻하신 바가 있어
나와 같은 조로 만나게 하였나 보다
굳이 전등이 필요없는 설원의 길
우리는 미끄러지듯 가고 뒤를 눈송이가 따라왔다
뜻은 있었으되 이루어지는 못한 밤이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들 밖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노래!
방문 앞에 서서
부르면 불을 켜고 손뼉을 치거나
과자를 주시던, 정감 나던 성탄절을 잊지 못합니다.
올 성탄절에도
어머님이 시루에 돌금돌금 뿌리시던
손길 같은 눈이 온 땅에 골고루 덮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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