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동화습작

말썽쟁이 햄돌이의 비밀

향기나는 삶 2008. 7. 3. 01:16

1- 햄돌이

 

여름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햄돌이 가족은 도시의 공원으로 이사를 왔어요.

커다란 소나무 밑둥 빈집 속에  낡아빠진 나무껍질들은 버리고 새로운 나무껍질로

새단장을 시작했지요.

허물어진 벽은 단단한 돌을 쌓았고 뽀송뽀송한 톱밥으로 폭신한 보금자리를 마련했어요

참 햄돌이는 하얀색 바탕에 등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펄햄스터에요

쉿,  비밀 한가지, 햄돌이는 사람들의 말을 할 줄 알고 알아들을 수 있답니다.

 

공원은 참 아름다웠어요.

공원의 반절은 작은 호수처럼 물을 반쯤 담고 있고 놀러온 사람들은

그곳에서 보트를  타면서 놀았으며 또 반절은 연꽃이 만발하게 피어서

연꽃향기가 공원에 가득 했어요.

오후2시 4시 6시 8시 짝수 시간이 오면

분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거든요.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수천개의 물방울들이

하늘로 날아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잡아왔어요

물방울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서  힘이 약하게 보일것 같지만

분수대의 물방울들이 얼마나 힘이 센지 모를겁니다..

고운 무지개를 들고 다닐수 있다니 ...

햄돌이는 해가 반짝반짝 거리고 바람이 부는날이면 어김없이 물방울을 만나러 의자밑에 앉아있어요

머리에는 파랑모자를 쓰고 작은 돌에 앉아 있어요. 사실은 의자에 편안히 앉아서 물의 춤을

구경하고 싶은데 올라갈 수가 없어요. 햄돌이 몸집이 너무 작거든요.

될수 있는대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의자밑이 안전하고 좋지요.

가끔씩 키가 큰 어른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발견되기도 하는데

오늘은 예쁜 여자아이에게 햄돌이 모습을 들키고 말았어요.

햄돌이를 발견한 꼬마 여자 아이가 손바닥에 올려놓고 귀엽다고 어루만져줍니다.

" 참 귀엽다. 왜 이렇게 조그만하지? 우리집으로 데리고 가고싶다"

엄마는 옆에서 반대를 합니다.

"안돼, 이것은 쥐새끼잖아. 병균 옮아서 안된단다"

예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입을 삐쭉 거립니다.

'칫, 그 여자아이가 좋기는 하지만 나도 가기 싫은데....'

사실 햄돌이는 이렇게 넓은 곳을 마구 뛰어다니며 노는게 더 좋은 걸요.

 

하늘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면 풀이나 나무들이 피곤에 지칩니다.

나뭇잎들은 햇빛의 열기를  막아주느라 풀이 죽어 있고 

조각상 옆에 장미덩쿨도 밥도 못먹은 사람마냥 기진맥진해 있어요.

울타리 옆에 나팔꽃은 쪼그랑  할머니마냥 얼굴이 생기를 잃고 볼살이 쏙 빠져서 쪼글쪼글 홀쭉해졌지요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 앞은  오늘따라 한가합니다.

토요일 일요일만 되면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는 아이들이 북적되지만

오늘처럼 평일날은 사람들이 뜸합니다.

가게 앞은 파리가 날립니다.

가게의 아주머니가 꾸벅 꾸벅 졸면서 지나가는 인기척이 들리면 잠에서 깨곤합니다.

나뭇그늘 밑에 길다란 의자에 할아버지께서 다리를 오므리고 낮잠을 주무십니다.

이렇게 날이 너무 더우면 사람들이 낮잠을 자고 싶어 하듯

햄돌이도 낮잠을 자러 잠시 집으로 들어갑니다.

햄돌이의 아빠와 엄마는 햄돌이가 들어온지도 모르나봐요.

들어오다가 탁자 옆에 놓인 작은 물주전자를 차서 덜커덩거린 소리에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햄스터들은 곤히 잠을 자면 옆에서 건들어도 죽은 것처럼 벌렁 누워서 곤히 잠을 자기 때문입니다.

햄돌이는 엄마 옆에서 가만히 눕습니다.

어렸을 때 털속에 숨은 엄마 젖을 찾으면 금새 찾았는데 엄마젖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그만큼 햄돌이는 키가 쑥쑥 자라있거든요.

햄돌이 엄마에게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옵니다.

'아, 이향기 너무 좋다'

엄마가 세수할 때 장미꽃 비누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햄돌이는 엄마  옆에만 있어도 잠이 스르르르 듭니다.

 

2- 비가 내리는 날

 장맛비가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면서 시무룩했던 나뭇잎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줍니다.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하얀 훈짐이 피어오릅니다.

땅속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입김입니다.

 땅속에 열기들이 차츰 숨을 잃어갑니다.

햄돌이는 비오는 날이 너무 좋습니다.

물웅덩이에서  팔짝팔짝 뛰면 물방울이 튀겨올라 옷이 다 젖어도

마냥  마음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이글이글 타는  뜨거운 태양이 사라진 것도 너무 좋습니다.

햄돌이는 장화를 신고 파랑우산을 썼어요. 비오는날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서

공원안을 걸어다니면 위험하지 않고 좋았어요

오늘은 공원을 탐험하려고요. 이사온 날부터 벼르고 벼르던 일이랍니다.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연못가입니다.

연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힐때마다 연꽃마을에는 무엇이 살까 궁금했거든요.

우산으로 후드둑 후드둑 빗방울이 소리를 냅니다.

커다란 쇠로 만들어진 구름다리 아래에는 분홍색 연꽃들이 등불을 켜 놓은 듯

분홍색빛들이 가득했어요.

'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꽃이 있다니...'

연잎으로 떨어진 빗방울들이 한 순간도 맺혀있지 않고 주르르 잎의 배꼽으로 물을 모았다가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버렸어요

우산을 들고 넋이 나가 꽃을 바라보고 있는데

" 야 너는 누구니"

한 연꽃 사이에서 소리가 났어요.

두리번 두리번 거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 다리 밑을 한 번 쳐다봐"
비오는 날 썬글라스를 끼고 연꽃 잎을 들어 올리고 햄돌이를 바라보는 땅딸보 청개구리가

이상한 인기척에 말을 건낸것이랍니다.

" 너의 집은 그 꽃잎안이니?"

"응 "
밤마다 노래 불렀던 것이  너의 노래  소리니?

" 내가 부를때도 있지만 다른 친구들이 부를 때도 있단다."

" 너희들 노래소리를 들을 때마다 여기에 오고 싶었어. 오늘은 용기를 내서 찾아온거야."

"이 곳에는 너희 친구들만 사니?"

"아니, 우리를 노리는 물뱀도 살아. 제일 무서운게 물뱀이야. 우리의 천적이기도 하지."

"네가 사는 곳을 구경해도 되니?"

"그래. 내려와. 거기에서 제일 큰 연잎으로 뛰어내려와."

햄돌이는 연잎으로 폴짝 뛰어내려서 땅딸보 청개구리 집으로 들어갔어요.

연꽃 향기가 집안가득 은은하게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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