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

산길오르다가

향기나는 삶 2008. 12. 2. 14:42


 

비탈진 모퉁이

하얀 모시 속적삼  풀어 놓은 안개

 

국화꽃 아직 기지개 켜지 않은 산길은

섬섬히 젖은 추엽의 향기가

물기에 젖어 있고

 

문득

동녘 끝에서

햇살들이 비늘을 털어내는 순간부터

하늘 거리던 속옷을 한 꺼풀 한 꺼풀  걷어갑니다.

 

잎새 다 털어낸 나목

한 계절 몸살 앓았던 자리마다

잘게 잘게 금이 간 자국이 보입니다.

그 모습 바라보며

바스락 바스락 산산이 부서졌던

제 마음들도 보입니다.

 

만추의 산은

제자리로 가야할 것들을  챙기고

입술 꽉 깨물고

설움 삼켰던 제 마음들은

이 곳에 내려 놓고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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