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 임경자
가만 가만 실처럼 가느다란 햇살 꼭 쥐어
마지막으로 피어내는 꽃들의 절규
봄꽃보다 가을꽃이 더욱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는 영혼의 노래가 있어서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이렇게 눈부신 하늘을 보면서
문득 사는 것이 힘들때가 있다
삶이 허망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닳아진 플라타너스 잎의 구멍속으로 불어오는 헛헛한 바람같이
자꾸 자꾸 가슴에 구멍이 뚫릴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시장통을 지나도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막걸리집을 지나도
빈 자리를 메울 만한 것이 어떤 것도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냥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흔들리는 갈잎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