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이와 주환이를 한달 동안 만나지 못하고 수업도 하지못해 미안한 나머지
도전할 때마다 모아둔 책을 주고 싶어서 아중리에서 옷가게로 찾아갔다.
지난번에 갔을때도 문이 닫혀 있었는데....
자궁에 커다란 물혹 제거를 해서 한달 쉬고 있다는 전화를 통화한 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옆집 가게 여주인이 다음주 정도 문을 열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허무한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원래 소양에서 수업을 하는 아이들인데 전주로 이사를 와서도
계속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온 것이다.
그러나 퇴회를 낼까 생각중이다.
나의 노순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홍지서림으로 가던중 길을 잘못들어 한옥마을로 가버렸다.
일요일의 한옥마을은 북적대는 사람들로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야했다.
홍지서림앞에서 같이 일하는 전영진 선생님이 멋진 남자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생님 저는 다른분인줄 알았어요"
"회사에서 입는 의상과 밖에서 입는 의상은 다르지요?"
"네 . 예뻐요."
나는 회사에서는 학생들과 마주하기때문에 짧은 바지를 입지 않지만
그 외에는 젊었을때의뚱뚱한 몸매때문에 입어 보지 못한 옷으로 나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싶어서
짧은 반바지에 케주얼한 티를 입는 편이다.
홍지 서림으로 가서 초등학교 교과서 5권을 샀다.
회원들 수학을 알려 주고 싶은데 요녀석들이 책을 학교에 두고 다니니
수업을 할 수가 없어서였다.
잠시 시원한 홍지서림안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쉬었다가 친정집에 갔다
아버지께서 참깨를 털다가 나를 발견하고
"왔냐"하고 웃으셨다.
난 아버지를 정말 미워하고 싫어하기때문에 친정에 전화를 해도 아버지가 받는 것도
달갑지 않아했다.
자식들에게 어머니에게 한 것도 없으시면서, 또한 당당하게 사신것도 없으시면서,
큰소리를 치는 것도 미웠다.
그런데 난 아버지의 작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빨리 돌아가시길 학수고대하며 살았던 사춘기시기때부터
세상의 못된 짓을 다하고도 살아있다는 것이 미운 지금까지
아플때마다 목숨을 연명하려는지 싫었다.
목숨에 집착한다고....
어쩌면 자신의 과오가 두려워 저 세상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이번 여름은 사람을 지독하게 늙게 만들었다는 것을 아버지를 통해 알았다.
너무 말라서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
내가 저렇게 미워했던 아버지의 모습인가 싶었다.
처음으로 눈물이 핑돌았다.
아버지가 오래 살지는 못하시겠구나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농사는 못지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렇게 어머니를 무식하게 막대해도 농사일을 조금씩 도와 주는 것때문에
아버지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었다.
여자로서의 인생은 포기하고 일만 꾸역꾸역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도 " 내가 없으면 농사 못짓는다. 나도 더이상 나이들어 농사 못짓것다"라고 깨털듯 흘린 말씀속에서
지독하게 얽힌 악연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있는 두 분의 모습은 부조화 속에 조화가 저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시댁에 얽매여 친정에 잘 하지도 못했던 것이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살아생전에 잘해야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했던 것, 얼마남지 않은 두분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손에 쥐어진 꽈리고추, 가지, 깻잎, 볶은 참깨가
지독하게 미워했던 아버지의 땀방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적지만 맛있는 것 사드시라고 아버지 손에 용돈을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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