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에 벌어진일
할아버지 제사여서 부침개를 가지러 친정 시골에 가다가 순자 오빠를 만났다.
" 경자야, 난 미쓰코리아가 오는 줄 알았다"
"오빠 일하러가"
"뭐하러 왔니"
"할아버지 제사여서 부침개가지러 왔어"
까맣게 그을린 오빠의 따스한 마지막 말이 귓전을 스치며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 순자오빠가 참 열심히 살어. 젊은 사람이 시골에서
저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너무 좋지"
" 정말 열심히 산단다."
"지금 몸치가 났는데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쉬지도 못하고....
각시도 마찬가지야"
점심을 먹으면서 엄마와 나는 충수오빠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시댁의 농부들은 일할때는일하다가도 일거리가 없을때는 펑펑 노는데
그 오빠는 겨울에도 정말 열심히 일하였다.
요즘 사람들 시골일 힘들다고 시골에서 살다가도 떠나가는 판에 젊었을때
시골로 귀향해서 성공해 보겠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다음날 아침 한통의 전화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충수 오빠 죽었다."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저랑 이야기했는데..."
" 트렉터 몰고가다가 사고로 그랬어"
하루아침에 날라온 비보를 듣고 눈물이 났다.
순자네 식구는 운명처럼 우리집하고 연관이 깊다.
우리 오빠와 고인이 된 오빠와 동창, 나와 그 여동생과 동창,
내 여동생과 그 막내 여동생과 동창
내 큰 아들과 그의 큰 아들이 같은 학교를 다닌다.
성당에 갔다가 조문을 가서 친구와 붙들고 울었다.
사는게 이렇게 허망할까!
생전 시골에 가도 오빠와 마주치기 힘들었는데 그날 따라 오빠와 마주치고....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고 인사성 밝게 산 까닭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가족같이 슬픔을 나누었다.
그 먼곳에 가려고 나에게 그 고운 말을 남기고 간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
부디 저승에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만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06월09일 다이어리 (0) | 2008.06.09 |
---|---|
2008년06월03일 다이어리 (0) | 2008.06.03 |
2008년05월08일 다이어리 (0) | 2008.05.08 |
2008년04월26일 다이어리 (0) | 2008.04.26 |
2008년04월25일 다이어리 (0) | 2008.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