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전화 한통화가 울렸다.
일요일 아침의 단잠을 깨우는 소리가 싫어서 받지 않았다.
'뭐 중요한 일이라고 아침부터 . ....급하면 다시하겠지'
다시 누웠다. 다시 전화가 울렸다.
잠결에 억지로 일어나 덜깬 목소리로
"여보세요"
"야 지금까지 잠을자냐? 작은집 제랑 오늘 새벽에 죽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이번 추석에 샘가에서 돗자리 깔아 놓은뒤 전등불 아래에서 닭고기 삶아먹고 남편이랑 술도 마셨는데...
불과 두달 전의 일이지 않은가!
점심밥을 먹고 공주장례식장으로 바람을 가르며 차는 달려갔다.
밖을 바라보면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서 먼 산을 멀그머니 바라 보았다.
남편이 눈치 챌까봐 목으로 눈물을 삼키며 황량하게 변해버린 호남평야의 들녘으로 울음을 숨겼다.
어떤이가 저 산이 가을이 오면 저토록 아름다운 것은
"마지막 삶을 불태우는 몸짓"이라고 표현을 하더니 적절한 묘사같다 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제랑은 우리가 기억하기 가장 아름다운 날 저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친정집 옆집에 살면서 명절때면 우리들과 죽이 맞아 잘도 놀았는데 지난 추억들이 눈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승을 떠나면서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덜 외롭지 않을까!
나도 이승을 떠난다면 몇이나 나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나와의 추억을 더듬으려고 할까!
파란 하늘에 낮달이 바다를 건너는 조각배처럼 홀로 떠가고 있었다.
낮달을 보니까 제랑을 닮은 것 같아서 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작은집과 친정집은 옆에 살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들었다.
작은집 동생과 나는 철없던 어린 시절에 다투기도 잘 하고 그랬지만 동생이 워낙 나보다 성격이 좋아서
늘상 욕심많은 나에게 양보를 많이 해 준것 같다.
나이가 한살 어리지만 나보다 언니처럼 어른스러웠다.
중학교때는 미용실이 없어서 거울 앞에 놓고 서로 단발 머리를 깎아주며 미용에 신경도 많이 썼었다.
내 여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예쁜 동생이었다.
아이들 한두명도 아닌 셋을 어떻게 키우며 살아가야하나
산사람은 다 살아간다고 위로를 하지만 난 그 말이 사치스런 위로라고 하고 싶은 것은 왜일까!
남겨진 사람은 운명에 순응하면서 살아갈 것이지만 가지고 있을 짐들은 고스란히 그녀의 몫이지 않은가!
장례식장까지 가는 시간이 분명 긴 시간임에도 길지 않게 느꼈던 것은 지난날 추억들이 한편의 드라마같이 한시간 내내 필림으로 돌아가고 있어서였다.
공주장례식장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 마자 살을 에이는 바람이 칼날스치듯 지나갔다.
초겨울 추위가 더욱 엄습해 왔다.
장례식장안에 들어가니까 작은집 남동생이 먼저 반겼다.
여동생을 위해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주 역할 하고있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보니 더 눈물이 앞을가렸다.
"제랑 뭐가 급하다고 먼저갔어.아이들 어떻게 하라고...내동생은 어떻게 하라고...
오늘 보니 나약한 사람이었네. 의식 불명속에서 생명의 끈을 놓은 것은 바보짓이엇어.애들 엄마, 아이들얼굴을
떠 올리며 이겨냈어야 했었어"
영정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여동생이 오히려 나에게 울지 말라고 다독거렸다.
아픔을 가슴에 묻고 아이들에게 약한 모습보이지 않으려고하는 강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 넌 할 수 있을거야.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잖아"
제랑이 사업이 안될때 발벗고 일어서서 간호사일로 살림을 꾸렸던 억척스런 여동생이었다.
나약한 몸으로 오가는 손님들 인사나누는 여 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낭이 한시름 놓고
발걸음을 옮길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술한잔 권해도 받아먹지 않았지만 먼훗날 내가 저승에 가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하면서 술한잔하자고 마지막으로 영정 앞에서 기도했다.
아이들과 걸어가는 여동생의 앞날에 걸림돌없이 순탄하게 걸어가게 도와달라는 부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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