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로 출렁거리는
저 머언 산 언저리 끝은
비의 입맞춤을 잊어서일까!
목마른 갈증으로
스치는 바람결에 힘없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어지는
잎새들의 속절없는 낙화
잎이 진 가지마다
수줍은 바람만이 채워지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않게
햇살은 찬란한 빛으로 덮어 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에
떨어지는 저녁놀은
빈 마음이라 더욱 현기증이 납니다
날마다 해넘이를 하듯
분분히 갈라지는 심연의 통증도 날을 넘기려고 합니다.
길게 드리워진 해 그림자속으로
그림자 하나 등을 돌리며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