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주만에 내려온다.
소양에서 오전 수업을 하고 나니 12시 30분 정도 되었다.
전주에 막 도착했을 때 전화가 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밀려서 4시 넘어서 도착할 것 같다. 점심도 못먹고 배고파 죽겠다"
오전에 닭집을 하고 있는 정서 엄마가 통닭 두마리를 감사의 표시로 주었는데
그 것으로 닭도리탕을 하였다
그리고 밑반찬이 없어서 콩장 멸치볶음 메추리알등을 사서 점심을 준비했다.
갈치에 호박을 넣어 국도 끓여 놓았다.
나 또한 아침 ,점심도 못 먹은 상태였지만 의리없이 혼자 먹을 수 없어서 기다렸다.
음식을 다해 놓고 영화를 한편 보고 있을 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예전 같으면 기뻐서 와락 안기고 갖은 장난을 쳤지만
"배고프니까 밥 먹어 "
초췌해진 모습... 머리는 염색을 안해서 하얀 백발이 성성하게 보였다.
"이쁜 각시가 소주와 맥주 사오면 좋겠는데... 좋은 안주에 소주 먹어야 제 맛이야 .한잔하자 "
"무슨 술이야. 그러니까 가슴이 아프고 고혈압이 생기는 거지. 나는 술 마시면 자버리잖아
설거지도 해야하는데..."
" 그러면 뭐하려고 그랬어? 그냥 자야지..피곤 할 때 한 병마시면 금방 잠도 잘 수있고 ..."
은근히 농을 건냈다.
제대로 못먹고 일에 찌들어 살았는지 나이가 들어버린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생겼다.
남편은 소주한 병을 금세 마시고, 나는 맥주 한잔을 따라 마셨다.
"집에 오고 싶어서 점심때까지 일하고 내려가자고 했더니 오야지가 화가 났는지 점심밥도 안주더라
오는데 배가 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맛있네"
배가 고팠다는 것은 허겁지겁 먹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남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도배일을 하다보니까 일이 진척이 되지 않아서
기간이 길어지는 것 같네. 이번달 말까지는 해야할 거야"
그때 토요일 자율 학습을 하고 딸이 들어왔다.
모처럼 토요일에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점심겸 저녁밥으로 2시간동안 밥을 먹고 났더니 6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남편은 내일 결혼식장을 가려고 희끗희끗한 머리를 깎고
와서 골아떨어졌다.
자면서도 가슴에 통증이 올때마다 도배일로 손이 절일때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의 통증은 나로 인해 발생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가슴 한켠이 저녁내내 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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