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고운글)

황진이, 님이 오시는 그 길목에서/ 回花 草麗

향기나는 삶 2009. 1. 18. 15:29
황진이, 님이 오시는 그 길목에서/ 回花 草麗

    황진이, 님이 오시는 그 길목에서/ 回花 草麗



    
    황진이, 님이 오시는 그 길목에서/ 回花 草麗
    어깨에 무거운 짐 벗어놓고 
    고개 넘어가듯 
    너울너울 춤사위를 
    혜화동 거리 어디쯤에서 펼치시렵니까 
    온 영혼 타오르듯 
    활화산 그 뿜어지는 열기로 
    님 스스로를 태우는 애가 
    온몸으로 토해내며 홍익대 거리 
    그 어디쯤에서 광인으로 남으시렵니까
    굽이굽이 길 그 한을 
    산천에 신명 묻듯 오시던 길 
    조금만 더 오시어 
    내 차가운 손잡아 동행해주신다면 
    길지 않은 오리(五里) 가슴속 외길 
    나 또한 서러움 털고 아득한 미망 떨치고 
    가없이 님이 남기신 꿈길 
    그 길에 삭월(朔月)의 미소로 남겠습니다
    춘삼월 지나 봄바람 훈풍 불어오면 
    이 산천에 초목은 
    왜 다시 눈뜨고 고단한 제 몸 일으키어 
    흘러가는 세월 앞에 미소짓는지 아시나요
    엄동설한 죽은 듯 얼어 있던 산천수는 
    왜 다시 녹아 그리 먼길 창망대해(蒼茫大海)
    꿈꾸듯 시름없이 흘러가는지 아시나요
    이 모진 업 쌓을 곳 어디인지 모르고 태어났지만  
    벗어도 벗어도 벗겨지지 않을 천추의 그 한에 
    또 한에 한...
    초라한 미망에 물든 이슬 
    백팔번뇌 기도와 합장 초연히 가슴에 묻었기에 
    꽃다우리라 인생 한길 그 길 
    한 여름 한나절을 지킨 분꽃 같은 생 
    눈부신 명사십리 밟듯 살아온 삶이지만 
    그 여로에 송도삼절 부질없음에 
    미소짓는 건 무엇 때문인지 아시나요.
    2008.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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