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을이면 참 좋겠습니다 / 양애희
연연한 국화향을 맡고도 그댈 생각하고 한 점 바람향에도 그대 숨소리 마음안에 출렁출렁 에메랄드빛 풍경아래, 단풍잎 쌓이듯 그리움도 소리없이 쌓이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온통, 그대로 하여 눈물겨운 가을 몸 한쪽 그대에게로 기울어 향기로 가득찬 상춧잎같은 편지 한장 건네는, 바람에 날리는 가을 낙엽길을 그저 말없이 함께 걸어줄, 따뜻하고 포근한 내 사랑하는 사람이 지척에 사는 그런 가을이면 참 좋겠습니다. 단풍든 가을 입속에 환한 불이 켜져 사랑이 다 불어간 뒤에도 영원히 지지 않을 등불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사랑하기에 좋은 그대 가슴속에 태양빛처럼 찬연히 타오르며 행복히 곁에 머무는, 꽃불같은 가을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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