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
설란 백덕순
창문 사이로
선잠에서 깨어난 고추잠자리
벽에 기대어 날개만 바쁘다
시끄런 매미 합창소리
가을이 한발 성큼 다가오고
거울 속에 그려보던
코스모스 아련한 얼굴
하늘 멀리 보내며
영글어 가는 포도 송이
작은 소망도 익어가고
갈림길에서
가끔 꺼내보면 붉어지는
그날 꿈의 대화
구월이 오면
코스모스보다 더 진한
새로운 사랑 위하여
거울을 닦아야겠다
지난달의 달력한장 떼어내는 손 끝에서
완전한 가을에대한 설레임 먼저스며듭니다
더워서 몸부림치던 지나간 날이 너무 힘겨워
마음먼저 가을문턱을 서성이던 날이 여러번
가을이오면 내 삶에 내 주위에
저절로 행복이 찾아올듯 생각만 하여도
기분 좋았던 구월을 애태게 기다렸습니다
더워서 미뤄두었던 내삶의 즐거움들은
구월과 함께 모두 내게로 쏟아져올듯
가을에게 걸었던 기대감이 큽니다
언제나 새로운 계절앞에 새로운 삶의 희열들을
기대하며 우리는 또 한계절을 떠나보냅니다
몸서리쳐지던 무더움속에 허덕일때
여름이란 계절은 모든이의 미움덩어리였고
얼른 떠나보내고 싶은 성급함은
멀리있는 가을에게 자꾸만 미소를 보냈었지요
이제 또 한계절은 기억속으로 묻어졌습니다
여름과 함께 우리삶이 어우러졌기에
애타게 구월을 기다리는 마음도 간절했고
세상온갖 고난들은 풍성함으로 치장한 가을속에
사라질듯 온화한 미소와 반가움으로
가을의 첫 길목에 서있습니다
계절이 주는 일상의 풍요로움도 좋겠지만
갈대가 흔들릴때면 낙엽이 떨어질때면
중년의 시린 마음들이 조금은 애듯함으로
다가올 인연하나 기다림도 분명 있습니다
누구나 가을에게 거는 기대감은 비슷하겠지요
색색의 이쁜 물결속에 중년기의 고운사연 하나
남기고 싶은 마음은 해마다 고질병처럼
이제는 익숙해져있네요
더워서 미뤄두었던 고운 만남의 기약들로
설레이는 구월의 첫날을 맞이합니다
가을이오면 만나자던 오래된 친구의 목소리가
들떠있던 걸 기억합니다
가을은 만남과 이별의 계절이기도 해요
괜히 분위기 잡아보고 싶고
쓸쓸함 속에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중년의 모습도
가울엔 멋스러울듯 합니다
사계절중에 가장 아름다운 삶의 멋을
올 가을속에 차곡차곡 쌓아담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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