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일
1월 27일 남편과 결혼한 날이다.
예전 같았으면 남편과 나가서 외식도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을 법도 하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아이들과 통닭을 시켜 먹고 조용히 보냈다.
남편은 아침에
"나같은 놈 만나서 고생만 하는데 무슨 결혼 기념일 이야"
겉으로 말은 그렇게 표현 했어도 속으로는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직장을 그만 두면서 생활 형편이 그때 보다 풍요롭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같은 말투가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당에 미사를 드리고 오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다른 때같으면 신자들이 본다고 엉덩이 흔들거리면서 앞으로 막 뛰어가는데
오늘은 내 손을 꼭 쥐고 집에까지 걸어왔다.
남편은 현재의 삶이 고되고 힘들어도 내색을 안하고 있다.
나도 그 마음을 알아도 어떻게 도와 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나는 내일만 묵묵히 하면서 그 저 바라 볼 수밖에...
남편을 만난 것에 후회를 한 번도 안해 보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남편 성격 맞추면서 고분 고분 살았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바람 잘 날 없었던 내 사춘기를 돌이켜 보면
그때 가졌던 무서움과 공포는 나를 주눅들게 했다.
아이들에게 내가 느꼈던 두려움을 고스란히 넘겨 주기 싫어서
될수있는대로 참았다.
젊었을 때는 내가 참았고
요즘은 나보다 남편이 더 참고 사는 듯하다.
변함없이 모자라고 바보같은 나만을 바라보는 남편이 고맙다.
물론 나도 남편만 바라보고 살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천생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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